Jeju Museum Contemporary Art
아트저지2 구헌주‘Open cage’(카페 뒤편 주차장 외벽, 야외 포토존)
흥미로운 새 이미지의 벽화 <Open cage>
제주현대미술관은 2021년부터 미술관 야외 공간을 특화한 ‘아트저지’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조숙진이 참여한 2021년 아트저지 <목격자 Ⅱ>에 이어 2022년 아트저지의 두 번째 프로젝트에서는 구헌주가 참여한다. 구헌주는 2005년부터 현재까지 그라피티와 함께 다양한 방식의 스트리트 아트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작가로서, 부산, 서울, 인천, 파주, 대전, 제주 등 국내의 여러 장소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흥미로운 풍경을 제시해 왔다.
유년시절부터 락과 힙합 음악과 같은 서브컬처(Subculture)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는 그라피티 문화와 스프레이라는 재료에 매료되어 작가 활동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라피티의 전형적 작업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주제와 표현 형식을 추구하며 스트릿 아트로 활동영역을 확장해 왔다. 그의 작업은 지역과 장소를 직접 경험하며 독자적인 시선으로 공간을 해석하는 형식이 바탕이 된다. 장소의 물리적 구조, 지역의 사회적 현안 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주로 해 왔지만, 표현력에 목적을 둔 기법 중심의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제주현대미술관 본관 건물 뒤편에 있는 사각형이 뚫린 벽체는 ‘2022 아트저지 Ⅱ’ 참여작가 구헌주의 새로운 작업공간이 되었다. 시선의 방향에 따라 건축물과 하늘이 연결되어 작업을 펼치기에 도전적이면서도 매력적이었을 이 공간에 작가는 ‘새장 속에 갇힌 새’와 ‘하늘로 날아가는 새’라는 상반된 장면을 펼쳐내었다. 미술관 건축물을 중심으로 한 야외 산책로에서 구헌주가 제시한 이 새로운 이미지를 통해 저마다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이야기를 찾거나 새로운 이야기를 상상해볼 수 있는 즐거움을 관람객과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내 작업은 벽의 형태와 구조, 그리고 장소적 특징이 전제가 된다. 미술관 주변 숲길에 위치한 8미터 남짓 높이와 상단 부분의 일부가 정사각형으로 뚫려 있는 벽면의 특징 아래, 시야가 가로막힌 거대한 벽과 하늘이 보이는 조각 공간의 상반된 이미지에 영감을 받아 벽면 위에 커다란 새장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대상을 제한하거나 구속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새장의 일부가 마치 하늘을 향해 문이 열려있는 듯 비워져 있는 모습은 새장 밖 세상을 갈망하는 새의 심상을 표현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구조라 여겨졌다. 새장이라는 인위적인 속박의 상징 속에 광활한 하늘로 연결된 탈출구가 생성되는 형상과 함께 그곳을 한 번에 벗어난 새와 머뭇거리는 듯 남아 있는 새를 그림으로써 자연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자유와 거기에서 생길 수 있는 또 다른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보았다.
-구헌주-